흔히 미국영화에 많이 나오는 뉴욕지하철은, 직접 타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저 오래된 하지만 앤틱스러운 고풍의 뉴욕상징으로 받아들여질 수 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1904년 10월 27일에 개통된 뉴욕지하철의 역사는 이미 100년이 훨씬 넘었고 그 긴 세월에 걸쳐 범위를 확장하여 다양한 노선통합과 다섯 개의 자치구(borough)를 연결했다. BTS가 공연했던 Grand Central 역은 실제, 건축적으로 아름다움 그 이상의 위용이 느껴진다. 각종 뮤지컬과 공연을 볼 수 있는 브로드웨이와 맞닿아있는 타임스퀘어역 역시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뉴욕시에 실제 거주자들은 모두 아는 단점들이 너무 많다.
첫째, 잦은 고장으로 지연이나 중단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난다 (정전도 포함).
워낙 인프라가 노후화되어있기에 지하철운행이 갑자기 스탑 되거나 또는 잘 가던 지하철이 중간에 멈춰 (10-20분은 기본) 지연될 때가 아주 많다. 특히 주말에는 노선을 돌아가면서 보수공사를 하기 때문에 지하철앱으로 당일 어떤 노선이 운행을 안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손잡이를 잡지 않거나 문에라도 기대지않으면 넘어질 위험이 있을만큼 정지 시 흔들린다. 한국지하철에서의 정지 시 안정감이나 안전성은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그렇다면, 도대체 뉴욕시는 이런 문제를 왜 해결하지못하는 걸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뉴욕시 중,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주위의 코네티컷주와 뉴저지주, 다른 뉴욕자치구등에서 많이 온다. 이 많은 통근자의 불편을 감수할 만큼 지하철 공사로 인한 긴 폐쇄는 생각할 수조차 없고,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오랫동안 보고되어 왔던 고질적인 자금조달문제이다. 이건 세번째 단점과 연결되는 문제이므로 아래 참조.
두 번째: 쥐가 많고 더럽다. 뉴욕 어딜 가나 쥐는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다. 지하철 트랙을 그냥 흔하게 돌아다니고, 밤늦게 사람이 없는 지하철을 타면, 안에서도 쥐는 돌아다닌다. 낡은 지하구조와 레스토랑이 많은 맨해튼의 음식쓰레기 증가로 인해 쥐문제는 뉴욕의 또 다른 고질적 문제이다. 그리고 노숙자들이 너무 많아 냄새도 불쾌하다. 뉴욕 설취류 이슈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다음 블로그에서 제대로 밝혀볼까 한다.
세 번째: 지하철요금상승과 예산문제. 뉴욕시 지하철은 정기적으로(2년에 한 번씩) 요금을 인상해 왔는데 2024년 현재 $2.90이다.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오늘 환율을 적용해 보니 3883원인 셈이다. 왕복이 아니라 편도이다. 한국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MTA는 지속적인 적자문제로 여전히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가 있었을 때도, 뉴스에 자주 이 문제에 시민들이 인터뷰를 했다. "서비스는 안 좋아지면서 가격은 올리냐...."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가끔 길거리에서 MTA를 겨냥하는 시위도 본 기억이 난다. MTA(Metropolitan Transporation Authority)라고 알려진 뉴욕시의 대중교통당국은 이 재정적인 과제에 오랫동안 직면해 왔다. 일단 거버넌즈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예산도 제한되고 대규모의 투자도 요구되는 상황을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해 왔다. 노후화된 이 지하철 인프라는 20세기초에 구축되었기에 이 시스템들을 현대화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 그리고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여태껏 뉴욕시는 그 아무도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MTA는 그때그때 필요한 수리와 약간의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수행하며 운행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아주 크다. (로컬들은 사실 이 점에 익숙해져 있긴 하다: 초월상태). 또한, 거대한 시간과 돈이 요구되는 이 과제에 '노동조합'과의 협상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는데, Union이라고 불리우는 이 조합과 MTA의 관계는 개인적으로 자세히 알지 못해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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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안전문제이다. 치안문제라고 해야 하나.. 팬데믹 이후에 죄수들을 풀어버리고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후, 마약중독자와 정신병자들이 급격히 증가한 이 도시는, 특히 지하철범죄율 역시 높아졌다. 내가 있었을 때도 사실 밤 11시가 넘으면 지하철은 혼자선 절대 타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 더러워지고 더 위험해진 모양이다. 또한, 텍사스나 남쪽에서 버스를 대여해서 뉴욕이나 시카고 등 큰 도시에 풀어놓는 남미와 아프리카 이민자들로 인해, 작은 편의점이나 파머시에서는 물품을 자물쇠줄로 연결해서 도난방지를 하는 상태라고 한다. 새로운 Adams시장이 이 이민자문제 때문에 도시가 파멸되고 있다고 정부를 고발했지만, 어떤 Status에 처해있고 어떤 과정에 있는지는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비단 이런 이민자들의 범죄가 아니더라도 지하철 내 범죄율은 계속해서 꾸준히 높다.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노숙자이거나 마약중독자들, 아니면 인종차별주의자들 등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을 트랙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한국아저씨도 이렇게 해서 사고를 당했었다. 이런 범죄들이 만연한 곳이 바로 뉴욕지하철이다... 물론 낮에는 안전한 편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타지않는 밤에는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오늘은 내가 아는, 또는 겪거나 본, 뉴욕지하철의 실상에 대해 까발려보았다.
물론 장점도 있다. 일단 뉴욕지하철은 한국지하철만큼 지하로 깊지 않다. 가끔 한국지하철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갈 때 가파른 층계나 에스카레이터를 보며 놀라곤 한다. 새로 생기는 역에서는 뉴욕도 지하를 깊게 판다고는 해도 한국만큼은 아닌 것 같다. 또한, 뉴욕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상징적인 지하철역과 뉴욕지하철만의 독특한 미학으로 운치(?) 같은 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수많은 예술, 영화 및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문화적 상징이 되었으니 말이다. 더럽고 위험한 것 마저도 '반대의 매력'으로 느껴지는지는 사실 미지수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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